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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서점 직원의 책갈피 2021. 10. 11. 14:55
서로를 향한 혐오와 차별, 증오가 넘실대는 요즘에 읽기 좋았던 책. 다양한 연구 결과들로 탄탄히 쌓아 올린 ‘과학적 위로’를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유인원부터 보노보, 개와 여우 등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더 많은 협력과 친화력을 보인 생명이 살아남고, 진화한다고 말한다. 냉혹해보이는 자연 속에서, 어떻게 먼저 다가가고 나누고 눈을 맞추는 다정한 특성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는지를 과학적 사실을 통해서 보여준다. 특히 여우를 대상으로 한 자기 가축화 실험, 아마 사람보다 더 관용적인 성격을 지녔을 보노보에 대한 연구와 ‘눈’에 있어서의 동물과 인간의 차이에 대한 연구가 흥미로웠다.
물론 무조건 긍정적인 측면만을 비추진 않는다. 내집단을 향한 다정함의 뒤엔 외집단을 향한 혐오와 차별의 면도 존재한다. 그러나 결국 그 부정적인 면을 개선시키는 것 또한 서로를 마주하고 공감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다정한’ 경험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 이 다정한 종은 서로의 손을 잡고 친구가 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살아남는 건, 행복해지는 건, 아득바득 “많은 적을 정복한” 사람이 아닌, “많은 친구를 만든”, 서로 돕고 베푼 다정한 사람들일테니.
-보노보는 이미 잘 아는 누군가보다 처음 보는 보노보와 음식을 나눠 먹고 어울리는 것을 선호했다. … 천하의 사마리안이라도 이들이 이방인에게 보이는 열과 성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과학기술을 선한 힘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진 최고의 미덕과 최악의 본성을 함께 예측하고 개발해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더 다정하고 친화적인 미래를 위한 해결책에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어두운 본성을 길들일 수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야기된 문제에는 사회적 해법이 필요할 것이다.
-“혐오는 학습되는 것임이 분명하며, 학습을 통해서 누군가를 혐오한다면 타인을 사랑하도록 배울 수도 있다. 사랑이 그 반대보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더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학자들은 집단 간 갈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접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이렇게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접촉은 격의 없는 한 번의 대화나 공동작업이나 인종통합반처럼 거창하지 않은 형태가 될 수도 있다. … 따라서 가상의 인물을 만나는 경험으로 사고가 변하는 것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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