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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캐니 밸리
    서점 직원의 책갈피 2021. 10. 11. 14:59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사이. 비효율적이고 느리지만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일과 매우 효율적이고 빠르지만 어떤 면에서는 세상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사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며 따라가게 되었던 . 

     

    저자는 실리콘 밸리의 자유롭고 활기차고 가능성으로 가득 세계에 감탄하다가도, 그렇게 만들어진 소프트웨어가 만들어내는 부작용들이나 테크 업계의 여성차별, 능력주의의 문제를 마주하면서 좌절한다. 출판업계의 낭만 가득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일들을 그리워하다가도, 테크 업계의 높은 연봉으로 누리고 있는 것들은 놓지 못한다. 

     

    저자가 출판업계에서 이직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일도 아닌데 같이 진로 고민, 인생 고민하면서 읽게 되었던 책이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주변의 말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저자가 마주한 실리콘밸리의 일처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작용하는 경우, 어느 쪽을 중요하게 볼지 선택하는 것이 업계에 남느냐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는 역시 다양한 경험들을 하면서 자신만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이런 인생의 선택에 대한 내용과 더불어, 내가 몰랐던 실리콘 밸리/ 테크 업계의 이면을 보게 되어 흥미롭기도 하고 찝찝하기도 기분이 들었다. 제목 그대로언캐니 밸리 기분이었다.

    ———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러 떠난다는 말로 선택을 정당화했다.  내가 취직한 스타트업은 그저 직장에 불과하며 내가 개인 작업에 집중할 있도록 나를 부양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써보고 싶었던 단편선 작업을 이참에 시작해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도자기공예나 베이스 기타를 배울 수도 있었다. 이렇듯 나는 절호의 기회를 잡아 인생의 속도를 내보려고 하는 안의 야망을 쉽게 인정하지 못해, 어떻게든 그걸 낭만으로 꾸며보려 애썼다. 

     

    *나와 친구들은 진득하게 버텼다. 책을 가까이하는 일이 좋았고, 우리가 가진 문화자본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우린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느냐고 허구헌 투덜대면서도, 속으로는 고생을 기꺼이 치르고자 했다. 출판계가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따라가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의 자유로운 표현을 열렬히 사랑하고 수호하는 우리 출판인들이 책의 가치도 모르는 장사꾼들에게 넘어갈 일은 없다는, 우리 스스로 선택한 도덕적 논리가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우리는 삶의 맛과 온전함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동시에 과민하며 돈에 쪼들리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나는 아직도, 조금은 거만한 마음으로, 예술이야말로 치유의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인간이라면 음악이나 문학 같은 것을 놓치고 살아서는 된다고, 예술을 추구하는 것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보다 값진 일이라고 믿었다. 그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으며 내가 떠나온 것과 같은 삶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나는 효율적이지 못한 삶을 좋아했따. 라디오를 듣는 . 허브를 가꾸는 . 오래 샤워하는 . 살짝 취한 상태로 박물관을 배회하는 . 창밖을 내다보거나 휴대폰으로 일몰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 오니기리를 사러 재팬 타운까지 걸어가는 . 아니면 아무런 목적 없이 오래 산책하는 . 레코드판을 뒤집어가며 앨범을 통째로 듣는 . 이렇다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소설을 읽는 . … 모든 것을 나는 좋아했다. 

     

    *이런 점에서 테크 업계는 출판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돈을 벌려고 일한다고 말하는 것은 선을 넘는 짓이었다. 일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쩌면 테크 업계뿐 아니라 우리 세대 전반의 특징인지도 몰랐다. 

     

    *“나도 실리콘 밸리가 나아지길 바라고요. 조금 포용적으로, 높은 목표를 좇았으면, 의미있는 일을 하고 진지해졌으면, 긍정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지점에서 우리는 의견이 일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리콘 밸리 남자들에게 없고 내게만 있는 무언가는 지난 4년간 내가 바꾸려고 무진장 노력했던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옳다는 느낌을 좋아했다.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감각을 사랑했다. 하지만 행복하고 싶기도 했다. 가능하다면, 내가 의미 있다고 느끼는 나만의 삶을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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