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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_실론의 서퍼들여행기록 2021. 10. 11. 19:20
남부 바닷가 마을 웰리가마로 여행을 떠났다!
벌써 랑카에서 생활한 지 12,1월이 지나고 2월이 되었다. 이곳의 날씨는 그렇지 않지만 보통의 겨울은 2월까지기에 마지막 겨울의 달이라고도 생각되는 2월이다. 2월이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웰리가마라는 남부의 바닷가 마을로 여행을 떠났다. 나에게는 스리랑카 첫 여행이었다.
첫 여행, 웰리가마
웰리가마는 스리랑카 섬의 제일 아랫쪽에 위치한 곳으로 적당한 파도가 밀려오는 긴 해변이 있어 서퍼들의 성지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미리사라는 바다가 예쁜 마을도 있고 가는 길에 우나와투나, 미리가마 같이 보석 같은 해변이 쭉 이어진다. 주로 1-2월이 시즌이라고 알려진다. 웰리가마까지 가는 방법은 기차도 있고, 고속도로가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시간표, 예약 등에 있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기차는 창을 열고 달려서 검은 매연을 다 먹어야 한다든지 자리를 지정할 수 없어서 계속 서서가야한다든지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우리는 총 다섯명의 인원이라 지인을 통해 벤을 하나 빌렸다. 3일에 24,000루피를 지불했다. (300km가 넘으면 엑스트라 요금을 내야한다.) 2월 2일 아침 9시에 웰리가마를 향해 출발했다. 중간에 휴게소를 들렀는데 최근에 지어진 거라 그런지 시설이 한국 휴게소보다 더 좋았다. 수도인 콜롬보에 있는 낡은 쇼핑몰 보다도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도 여전히 아시아인을 연예인 보듯이 하는 것은 동일했다. 그리고 유럽처럼 화장실을 돈 내야 이용할 수 있었다.
웰리가마에 도착했을 때, 첫 인상은 스리랑카스럽다 그리고 서양인 정말 많구나. 였다. 다들 무슨 사정으로 여기까지 온 건지 궁금했다. 배낭여행하는 청년들도 있고, 중년 부부, 가족 단위 정말 다양한 서양인들이 있었다. 다들 자유로운 스타일로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정말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시설이 좋지는 않았다. 그냥 머물 정도로 깔끔한 곳. 개미가 꽤 많고 동시에 도마뱀도 있었지만 바퀴벌레는 없으니 괜찮은 걸로. 기찻길이 옆에 있는 것이 신기했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밥을 먹으러 가고 있었는데 눈에 띄어 그냥 들어갔던 곳이다. 아마 오픈한 지 얼마 안된 듯 벽에는 스케치만 하고 색깔은 아직 덜 칠한 모습이었다. 서양인 주인을 여기서 처음 봤다. 역시 바닷가 마을이라 그런지 듣던 대로 서양인들이 하는 가게가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웰리가마 버거라는 걸 시켜봤는데, 수제로 만들어서 그런지 혹은 오픈한지 얼마 안돼서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거의 한 시간동안 기다린 것 같다. 근데 나무 책상과 의자, 민트와 하얀색으로 꾸며진 가게, 나무, 나뭇가지 같은 자연의 재료들을 보니 마치 윤식당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매우 오래 기다리면서 아, 이것이 바로 남부 바닷가 마을에서 볼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음식을 먹을 사람도 서로 보채지 않고, 마음의 다급함 하나 없이 모두가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다는 건 뭐 때문에 가능한걸까.
채색이 덜 된 벽화와 스케치들이 주는 불완전한 아름다움
-soul café
친구들은 서핑을 하러 가고 나는 언니랑 커피를 마시러 왔다. 구글맵에서 찾아간건데 역시나 여기도 서양인 사장. 블랙보드에 메뉴를 써 놓았는데 딱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텀블러 감성의 메뉴판이어서 웃겼다. 여기서 아이스 라떼를 시켰는데 거의 두 달만에 먹는 제대로 된 라떼여서 진짜 감동이었다. 부서진 얼음이 아니라 각 얼음에 우유에 에스프레소 샷을 넣은 정석의 라떼. 심지어 뽀송한 우유거품도 잘 올려져 있었다. 이렇게 평범한 커피맛에 감동을 느끼다니. 콜롬보에 진짜 카페 차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 카페에서 수년간 일해왔던 내 실력으로 차려도 사랑받을 듯하다.
아무튼, 여기서 나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라는 책을 읽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의 이야기, 그리고 공교롭게도 다섯명의 친구들을 다루는 이야기라서 묘하게 공감이 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성 캐릭터를 대하는 방식 때문에 읽을 때마다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궁금해서 짜증나는 작가이다. 이게 바로 애증인가. 때마침 비가 오기 시작해서 카페 안에서 밖에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좋았다. 나무 지붕과 열대 야자수 그리고 스콜. 진짜 열대 국가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본격적으로 해변에 나갔다. 바다가 가로로 정말 넓었고 파도가 잔잔히 쳐서 서핑하기 정말 좋아보였다. 서핑보드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서핑을 해보고 싶었다. 다음에 꼭 해봐야지. 서핑하는 사람 특유의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자연과 어우러져 그 파도를 즐기다니 정말 멋있는 것 같다. 날씨가 점점 흐려져 보고싶었던 노을을 보지는 못 했다.
우리나라는 바다가 있으면 모래사장 건너로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있고 그 건너에는 보통 횟집과 모텔이 줄지어 있다. 여기는 바로 모래사장에 위에 로맨틱한 분위기의 식당들이 많아서 좋았다. 그 바닷가의 모래를 밟으면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다. 맥주도 마시고 나시고랭도 먹었다. 우리 테이블 담당 서버가 한국으로 일하러 갈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정말 신기했다. 시험을 쳐야해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항상 코리안이라고 하면 한국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사람들이 많죠? 라고 물어본다. 의외로 동남아시아에서 만났던 사람들처럼 케이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일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라는게 흥미롭다.
평화로운 숙소의 아침
친구들은 아침부터 서핑을 하러가고, 나랑 언니는 fisherman’s bay 에 갔다. 웰리가마에는 우버에 등록된 차량이나 툭툭이 거의 없는 듯 잡히지 않았다. 심지어 타려면 intercity 차량을 타야한다고 뜬다. 어쩔 수 없이 도로로 나가서 툭툭을 잡아 탔다. 250을 주고 갔는데 엄청 큰 대문이 나와서 당황했다. 무슨 리조트인가? 했는데 fisherman’s bay라는 리조트고, 그 해변에 여러 배들이 사용하는 해변이 있는듯. 투숙객이 아니어도 방문 가능했다. 다른 관광지 같았으면 벌써 돈을 받았거나 사람이 많았을텐데 사람도 없고 좋았다.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산다는 것은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구나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어딜 가든 사람에 치이지 않고 한적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이 곳의 바닷물은 정말 깨끗하고 예뻤다. 구름과 하늘도 예뻐서 제주도에 온 것 처럼 행복했다. 왜 이 많은 배들이 이 곳에 둥둥 떠있기만 하거나 모래사장에서 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배들을 처음 봐서 신기했다. 배들이 쉬는 곳 같았다.
그리고 그 리조트에서 아점을 먹었다. 아이스 라떼가 없다고 해서 오렌지 주스를 그냥 시켰는데, 랑카에 와서 먹어본 오렌지 주스 중에 제일 맛있었다. 마치 방콕에서 기다려서 사먹는 오렌지 주스가 이런 맛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하게 맛있었던 주스. 그리고 형편없는 샌드위치를 900주고 먹었는데, 멋진 풍경이랑 같이 먹어서 그나마 먹을만 했다. 스리랑카에는 딱히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이라는게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꼭 맛집을 찾아가는 편은 아니라 다행이었다. 오히려 비건에 대한 생각이 더 들었다. 또 이 곳의 종교가 종교인 만큼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고기 없는 월요일’과 같은 형식으로 채식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여기 있는 동안 그런식으로 먹어봐야지 생각했다.
스리랑카에서의 첫 필름을 완성했다.
오후 한 시에는 미리사에 갔다.
미리사에는 코코넛 트리 힐이 유명한데, 그 바로 앞에 있는 카페였다. 뒤쪽에는 숲에 둘러쌓인 채식 카페도 운영하고 있었다. 카페는 바 자리만 조금 있는 아주 작은 카페였다. 여기도 역시 서양인 주인이었다. 이런 카페를 운영하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벽에는 서핑과 여름 나라 스리랑카 관련된 포스터들이 붙어있고 나뭇가지를 얹은 듯한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뭇가지에는 컵을 걸어두어 자연의 인테리어 활용이라고 생각했다. 이 곳의 커피도 정말 맛있었다. 비지엠으로 좋은 노래들이 나와서 더 좋았다. 숲속에서 하는 요가클래스도 여는 듯했다. 몸 상태가 좋았다면 더 즐길 수 있었을텐데. 주말에 요가를 해본 다음 바닷가에 가서 요가클래스도 들어봐야지. 그리고 서양인들이 이 곳에 굉장히 많이 왔는데 새삼 서양인이라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인종의 사람이라는 건 타지에서 굉장한 안심이 된다. 그리고 언어가 통한다는 것도. 서양인들은 어떻게, 왜, 여기에 왜 있을까 굉장히 궁금했다.
-coconut tree hill
커피를 마시고 코코넛 트리힐에 갔다. 어떤 절을 지나, 어떤 유치원을 지나 갔다. 아마도 정식 루트가 아니라 좀 돌아가는 길인 듯 했다. 날씨는 굉장히 더웠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자유롭게 하고 다니니 나도 한국에서 절대 할 수 없는 나시차림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주변 분위기와 환경이 이렇게나 중요하구나 다시금 느꼈다. 그리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이렇게 하고 다니니 정말 내 몸에 대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편안한 시간이었다. 코코넛 트리 힐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사진을 찍느라 열심이이었다. 근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서 비를 맞으며 바위를 타고 내려가 한 해변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난 비를 정말 싫어하고 비가 오는 건 정돈된 주변환경들을 평소와 다르게 만들어 불쾌하고 불편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때 만큼은 비가 와서 손바닥 우산으로 비를 가리며 해변의 식당으로 뛰어 가는 건 나름 로맨틱한 불편함이라고 생각했다. 비가 그칠 때까지 치킨랩을 먹고 마시며 멍을 때렸다. 에어컨도 없고 제대로 된 식당처럼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가만히 앉아 비가 오는 바닷가를 보고 있는 건, 그리고 비가 그치고 해가 나타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정말 묘한 일이었다. 과연 내가 도시에서 비가 오자마자 백화점, 멀티플렉스로 비를 피하러 들어갔다면 이런 추억으로 남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과연 나는 도시를 좋아하는가 자연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도시는 정말 편리한 대신 막상 다니면 재미가 좀 없긴 하다. 삭막하고 바쁘고 사람이 많고 획일화 되어있는 곳이 많다. 자연은 자유롭고 재미있는 대신 불편한 점이 많다. 과연 어떤 곳이 더 좋은 선택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비가 그치고 난 뒤 해변가를 구경했다. 조용하고 한적해서 좋은 해변이었다.
이후 드라이버를 기다리려고 잠시 슈퍼에 갔는데 또 비가 많이 와서 슈퍼에 갇히고, 정전까지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깜깜해진 슈퍼마켓에서 갑자기 비를 마주한 많은 사람들이 다 같이 비를 피하는 광경이 갑자기 정답게 느껴졌다.
Aloha Home&kitchen
미리사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하다가 괜찮은 식당을 찾지 못해서 웰리가마에 있는 곳에 갔다. 이 곳도 자연의 오두막을 닮은 식당이었다. 특이한 점은 맨발로 2층에 올라가야 식사하는 공간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여기서는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실론 핫 볼’이라는 걸 시켜봤다. 이 곳도 느림의 미학이 있는 곳인 듯 매우 느리게 나왔다. 이 곳의 음료는 큰 유리 보틀에 담겨서 나왔는데 과일주스가 굉장히 맛있었다. 실론 핫볼은 토마토가 얹어진 흰 쌀밥과 후무스 같은 질감의 달 커리, 칠리 토마토 소스 같은 거, 그리고 두꺼운 난 같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굉장히 건강한 맛이었다.
이렇게 로맨틱한 곳에서 다섯이 마주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하자니 또 도란도란 좋은 것 같다고도 느꼈다. 이 날 저녁 백예린의 커버송이 공개돼서 들었는데 정말 좋아서 행복했다. 아마 그 노래를 들으면 이 웰리가마 여행이 떠오를 것이다. '그럴때마다' 그리고 '산책'.
다음날 걸으면서 행복했던 여름 아침 바닷길
열심히 구경하고 배고파서 실론 슬라이더스 라는 가게에 갔다. 이 날은 스리랑카의 독립 기념일이나 내셔널 데이여서 안 연 가게들이 많았다. 이 가게 역시 서양인이 하는 곳. 일층에는 서핑 보드, 수영복, 소이 캔들 등등 여러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완전 서양인을 타겟으로 한 듯 매우 비싼 가격대였다. 그 와중에 어떤 미국인은 서핑보드가 정말 마음에 든다며 미국으로 배송해줄 수 있냐고 하더니 결국 사 갔다.
이 곳 에스프레소 향기가 정말 좋았는데 차를 타야해서 못 마신게 한이다. 여기서는 아보카도 온 토스트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것 말고도 병아리 콩이나 아사이 볼 등 채식 메뉴가 많았는데 다 맛있어 보이는 메뉴들이었다. 여기 살았으면 자주 왔을 것 같다. 콜롬보에 가서 채식 식당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플레이팅도 정말 예쁘게 해주셨고 맛도 있었다. 숨겨진 맛집같았다. 다만 맛차라떼를 시켰는데 우리나라의 맛차라떼와는 달리 전혀 달지 않은 정말 맛차 맛만 나는 음료였다. 신기했다.
콜롬보로 올라가는 길에 잠깐씩 내려서 바닷가 구경을 했다.
새빛둥둥섬같이 생긴 섬을 구경하고, 바닷가에서 놀다가 스리랑카 전통 방식으로 낚시하시는 분들을 보러갔다.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낚시 잘 안한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꽤 많이 볼 수 있었다. 긴 나무 막대 위에 앉아서 낚시대를 드리고 있는 방식인데 정말 신기했다. 바다 위에 앉아 낚시를 하다니, 기발한 생각이다.
콜롬보를 향하는 차 안에서 본 해변가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 바닷가에 유유자적 누워서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정말 멋있었다.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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